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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치킨이 도착했다


초인종이 울립니다.

문을 열면 배달원이 서 있습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요.” 치킨을 받아들고 문을 닫습니다. 소파에 앉아 치킨 박스를 열고 한 조각을 집어 듭니다.

금요일 저녁 9시 10분. 치킨이 도착했습니다.


이 10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제 우리는 압니다.

손가락이 스마트폰 화면에 닿는 순간 정전용량 센서가 전기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운영체제가 초당 수천 번의 컨텍스트 스위칭으로 앱을 실행시켰습니다. 전자기파가 초속 30만 킬로미터로 공유기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데이터는 광섬유를 타고 전반사를 반복하며 데이터센터에 도착했습니다.

DNS가 주소를 찾았습니다. IP가 경로를 잡았습니다. 라우터들이 릴레이를 했습니다. TCP가 패킷 하나도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했습니다. 검색 엔진이 수십만 개의 치킨집에서 역 인덱스를 뒤져 0.3초 만에 결과를 골랐습니다. 데이터베이스가 메뉴와 가격과 리뷰를 꺼내놓았습니다.

카드 번호는 비대칭 암호로 감싸져 인터넷을 건넜습니다. 인증서가 상대방이 진짜인지 확인했습니다. 비밀번호는 해싱되어 서버조차 원본을 모르는 채로 로그인이 확인되었습니다. GPS 위성 4개가 배달원의 위치를 삼변측량으로 잡아냈고, 상대성이론이 시계 오차를 보정했습니다. 다익스트라 알고리즘이 최적의 배달 경로를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앱을 열면, 협업 필터링이 “이 치킨집은 어떠세요?“라고 물어올 겁니다.


알고 나면 같은 것도 다르게 보입니다.

WiFi가 안 터질 때 2.4GHz와 5GHz 대역을 떠올리게 됩니다. 브라우저에 자물쇠 아이콘이 보이면 TLS Handshake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게임에서 핑이 높을 때 그것이 물리 법칙의 한계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비밀번호 찾기“를 했을 때 왜 원래 비밀번호를 안 알려주는지도 이제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에 치킨을 시킬 때, 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그 여정을 아는 것만으로도, 치킨이 조금 더 맛있어질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