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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치킨 한 마리 시키는 데 노벨상 수상자가 몇 명 필요할까?


금요일 저녁 9시.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꺼냅니다.

배달앱을 열고, “치킨“을 검색합니다. 몇 개의 가게를 둘러보고, 리뷰를 확인하고,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결제 버튼을 누릅니다.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 화면에 배달원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찍힙니다. 30분 뒤, 초인종이 울립니다.

치킨이 도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이 한 일은 고작 화면을 몇 번 터치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 몇 번의 터치가 만들어낸 여정은 놀랍도록 길고, 놀랍도록 복잡합니다.


여러분의 손가락이 화면에 닿는 순간, 유리판 아래 센서가 피부의 미세한 전기를 감지합니다. 그 신호는 운영체제에게 전달되고, 운영체제는 수십 개의 앱 중에서 정확히 여러분이 터치한 앱을 1초도 안 되어 실행시킵니다.

“치킨“이라는 글자를 입력하면, 이 데이터는 전파를 타고 스마트폰 밖으로 나갑니다. WiFi 공유기를 지나 광케이블을 타고, 때로는 해저케이블을 건너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합니다. 도착지는 어딘가의 데이터센터 — “클라우드“라는 멋진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체는 축구장만 한 건물 안에 빼곡히 들어찬 서버 수만 대입니다.

서버에 도착한 요청은 DNS라는 주소록을 뒤져 목적지를 찾고, TCP라는 프로토콜로 데이터가 빠짐없이 도착했는지 확인합니다. 검색 엔진이 수십만 개의 치킨집 중에서 여러분의 위치, 평점, 취향을 고려해 결과를 정렬합니다. 그 뒤에는 데이터베이스가 메뉴, 가격, 리뷰를 순식간에 꺼내놓습니다.

결제 버튼을 누르면, 여러분의 카드 정보는 수학적으로 암호화되어 인터넷을 건넙니다. 서비스는 여러분의 비밀번호를 저장하지 않고도 — 정확히는 저장할 없는 방식으로 — 여러분이 본인임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GPS 위성 4개가 배달원의 위치를 잡아내고, 경로 탐색 알고리즘이 최적의 길을 계산합니다. 다음번에 앱을 열면, 추천 알고리즘이 “이 치킨집은 어떠세요?“라고 물어올 겁니다. 여러분의 주문 패턴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말입니다.

이 모든 일이 치킨 한 마리 시키는 10분 안에 벌어집니다.


여기에 동원되는 기술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노벨상 수상자가 줄줄이 등장합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쇼클리, 바딘, 브래튼은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1 광섬유 통신으로 200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찰스 카오가 없었다면 치킨 사진 한 장이 바다를 건너는 데 몇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GPS가 정확하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시간을 보정해야 합니다. 터치스크린의 원리인 정전용량은 19세기 패러데이의 전자기 연구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치킨 한 마리 시키는 데 노벨상 수상자가 최소 대여섯 명은 필요한 셈입니다.


이 책은 여러분이 치킨을 시키는 10분 동안 벌어지는 일을 추적합니다. 손가락이 화면에 닿는 순간부터, 바다 밑 케이블을 건너고, 암호를 풀고, 위성의 도움을 받아 치킨이 문 앞에 도착하기까지.

이 정도 기술이 동원되는 일을 우리는 소파에 누워서 합니다. 매일, 대단한 일인 줄도 모르고.

그 첫 번째 장면으로 가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손가락이 유리판에 닿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1.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 월터 브래튼. 반도체 연구와 트랜지스터 효과 발견으로 1956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 — NobelPriz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