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바다 밑의 실
“해저케이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의 정체”
이번 장에서 알게 될 것
- “클라우드“의 정체가 무엇인지
- 바다 밑 케이블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얼마나 굵은지
- 광섬유 안에서 빛이 어떻게 데이터를 나르는지
- 상어가 인터넷을 끊을 수 있는지
치킨 주문 여정: 바다를 건너다
데이터가 전파를 타고 스마트폰을 빠져나왔습니다. 공유기를 지나 통신사 네트워크에 도달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데이터는 케이블을 타고 이동합니다. 때로는 바다 밑을 지나서.
“클라우드“라는 이름이 만든 착각
“클라우드에 사진을 백업했다”, “클라우드에 저장했다” — 이런 표현을 자주 씁니다. 클라우드(Cloud)라는 단어 때문에 데이터가 어딘가 하늘 위의 구름 속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실제는 이렇습니다.
“The Cloud is just someone else’s computer.” (클라우드는 그냥 남의 컴퓨터다.)
클라우드에 파일을 저장한다는 것은, 지구 어딘가에 있는 거대한 건물 안에 빼곡히 들어선 서버의 하드디스크에 파일을 저장한다는 뜻입니다. 그 건물을 데이터센터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스마트폰과 그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건, 결국 물리적인 케이블입니다.
[그림 4-1] 인터넷의 실제 구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인터넷:
☁️ 구름
╱ ╲
📱 💻 ← 무선으로 구름에 접속?
실제 인터넷:
📱 ─전파─→ 📡 공유기 ─구리선─→ ISP[^1] ─광섬유─→
─── 해저케이블 (수천 km) ───→ 🏢 데이터센터
WiFi는 집 안에서 공유기까지의 마지막 구간만 무선일 뿐입니다. 공유기 뒤로는 전부 유선입니다. 구리선, 광섬유, 그리고 바다 밑 해저케이블. 인터넷의 99%는 물리적인 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다 밑에 정말 케이블이 깔려 있다
현재 전 세계에 깔려 있는 해저케이블은 약 600개 이상. 총 길이 약 150만 km입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가 약 38만 km이니, 달까지 거의 네 번 갈 수 있는 길이입니다.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 거의 모든 바다 밑에 케이블이 깔려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 한국과 미국, 아프리카와 유럽이 전부 바다 밑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계 대륙 간 인터넷 트래픽의 95% 이상이 이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동합니다. 위성이 아닙니다. 케이블입니다.
정원 호스보다 가늘다
해저케이블이라고 하면 거대한 파이프를 상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놀라울 정도로 가늡니다.
[그림 4-2] 해저케이블의 단면 구조
해저케이블 단면 (심해 구간)
┌─────────────────────────┐
│ 폴리에틸렌 외피 │ ← 방수
│ ┌───────────────────┐ │
│ │ 강철 와이어 │ │ ← 인장 강도 (끊어짐 방지)
│ │ ┌─────────────┐ │ │
│ │ │ 구리 전원선 │ │ │ ← 중계기에 전력 공급
│ │ │ ┌───────┐ │ │ │
│ │ │ │ 광섬유 │ │ │ │ ← 데이터 전송 (머리카락 굵기)
│ │ │ └───────┘ │ │ │
│ │ └─────────────┘ │ │
│ └───────────────────┘ │
└─────────────────────────┘
심해 구간 전체 굵기: 약 17mm (엄지손가락 정도)
연안 구간: 상어, 앵커 보호를 위해 더 두꺼움
광섬유 한 가닥의 굵기는 클래딩(외피)을 포함해 125마이크로미터 — 머리카락 한 올과 비슷합니다. 빛이 실제로 지나가는 코어는 그보다 훨씬 가는 약 9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합니다. 이 가느다란 유리 실 안에서 빛이 반사되면서 데이터가 이동합니다. 하나의 케이블에 이런 광섬유가 여러 가닥 들어 있고, 각 가닥에서 서로 다른 파장(색)의 빛을 동시에 보내면 하나의 케이블로 수백 Tbps1 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지구-달 4배 거리의 케이블을 통해 흐르는 전 세계 인터넷의 95%가, 머리카락보다 가는 유리 실 안의 빛입니다.
광섬유: 빛이 유리 안에서 튕기는 원리
광섬유 안에서 빛은 어떻게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할까요? 직선이 아니라 바다 밑 곡선을 따라 깔려 있는데 말입니다.
비밀은 전반사(Total Internal Reflection) 입니다.
수영장 바닥에서 물 위를 올려다본 적이 있다면, 특정 각도 이상으로 비스듬히 보면 수면이 거울처럼 보이는 것을 경험했을 겁니다. 빛이 밀도가 다른 물질의 경계면에서 완전히 반사되는 현상입니다.
광섬유는 이 원리를 이용합니다. 유리 섬유 안쪽(코어)의 굴절률이 바깥쪽(클래딩)보다 높습니다. 빛이 코어 안으로 들어가면 경계면에서 전반사를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유리 섬유가 휘어져 있어도 빛은 안쪽 벽에서 계속 튕기면서 따라갑니다.
[그림 4-3] 광섬유 내부의 빛 이동
광섬유 내부의 빛 이동
클래딩 (굴절률 낮음)
┌──────────────────────────────────┐
│ ╱╲ ╱╲ ╱╲ ╱╲ ╱╲ │
│ ╱ ╲ ╱ ╲ ╱ ╲ ╱ ╲ ╱ ╲ │ ← 빛이 벽에서 반사
│ ╱ ╲╱ ╲╱ ╲╱ ╲╱ ╲ │ 하며 전진
└──────────────────────────────────┘
코어 (굴절률 높음)
→ 빛은 직진하지 않고, 벽에 부딪힐 때마다 반사되면서 앞으로 나아감
집에서 이 원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두운 방에서 수도꼭지를 틀어 가느다란 물줄기를 만들고, 레이저 포인터를 물줄기에 비추면 — 빛이 물줄기를 따라 휘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과 공기의 경계에서 전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광섬유도 정확히 같은 원리입니다.
광섬유 안에서 빛의 속도는 진공에서보다 약간 느립니다. 유리의 굴절률 때문에 진공 대비 약 2/3 속도로 이동합니다. 그래도 초속 약 20만 km. 태평양 횡단 약 9,000km를 빛이 이동하는 데 약 0.045초, 왕복 0.09초입니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의 실체
데이터가 해저케이블을 건너 도착하는 곳. 데이터센터입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수만에서 수십만 대가 들어찬 거대한 건물입니다. 구글,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가 전 세계에 수십 곳씩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 검색, 유튜브, 넷플릭스, 배달앱 — 의 데이터가 이 건물들 안에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1. 전력
서버는 24시간 365일 돌아갑니다. 대형 데이터센터 하나의 전력 소비량은 수만 가구와 맞먹습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을 합치면 일부 국가 전체 전력 소비량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는 전력이 싸고 안정적인 곳에 들어섭니다.
2. 냉각
서버가 돌아가면 열이 납니다. 수만 대가 한 건물에 모여 있으니, 냉각이 안 되면 서버가 과열로 멈춥니다. 데이터센터가 기온이 낮은 지역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페이스북(메타)의 데이터센터가 스웨덴 북극권 근처에 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가라앉히는 실험(Project Natick)을 한 이유입니다.
3. 위치 (네트워크 근접성)
아무리 빛의 속도라고 해도, 물리적 거리가 멀면 지연시간2이 생깁니다. 서울에서 미국 서부까지 왕복 약 0.1초. 0.1초가 짧아 보이지만, 이것이 누적되면 체감 속도에 영향을 줍니다. 대형 IT 기업들이 전 세계 곳곳에 데이터센터를 분산 배치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넷의 수도: 버지니아주 애쉬번
미국 버지니아주 애쉬번(Ashburn)이라는 작은 도시에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지나가는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있습니다.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구글(GCP)의 데이터센터가 모여 있는 이 도시는 “인터넷의 수도“라고 불립니다.
이유는 역사적입니다. 1990년대 초 미국 인터넷 교환점(MAE-East)이 이 지역에 설치되었고, 이후 데이터센터들이 주변에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네트워크 인프라가 이미 깔려 있으니 새 데이터센터도 가까이에 짓는 것이 유리합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지금의 밀집도가 된 것입니다.
위성 인터넷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해저케이블이 이렇게 중요하다면, 위성으로 대체하면 안 될까요?
SpaceX의 스타링크(Starlink) 가 이 질문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저궤도(550km) 위성 수천 개를 띄워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스타링크의 장점은 확실합니다. 해저케이블이 없는 오지, 섬, 선박, 비행기에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저케이블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대역폭 차이가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4-4] 해저케이블과 위성 인터넷의 대역폭 비교
해저케이블 1개: 수백 Tbps (테라비트)
스타링크 위성 1개: 수십 Gbps (기가비트)
→ 수천에서 수만 배 차이
그리고 위성 인터넷도 결국 지상의 기지국을 거쳐 해저케이블에 연결됩니다. 위성은 중계기 역할일 뿐, 최종 목적지인 데이터센터와는 케이블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위성 인터넷은 해저케이블이 닿지 않는 곳의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닙니다.
사건: 2022년 통가 — 해저케이블이 끊기면 벌어지는 일
2022년 1월 15일, 남태평양 통가에서 해저 화산 훙가통가-훙가하파이(Hunga Tonga-Hunga Ha’apai)가 폭발합니다. 인류 역사상 위성으로 관측된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 중 하나였습니다.
폭발의 충격파는 지구를 여러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 해저 화산재와 잔해가 통가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을 절단했습니다.3
통가의 인구는 약 10만 명. 이 나라의 국제 인터넷 연결은 해저케이블 단 1개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케이블이 끊어지자 통가는 사실상 디지털 세계에서 사라졌습니다.
- 국제 전화와 인터넷이 완전히 두절
- 긴급 구호 요청도 통신 불가
- 피해 규모 파악조차 며칠간 불가능
- 위성 전화와 제한적 위성 인터넷으로 간신히 연락
케이블 수리에는 약 5주가 걸렸습니다. 전 세계에 해저케이블 수리 전문선이 약 60척밖에 없고, 가장 가까운 수리선이 도착하는 데만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수리는 해저에서 절단된 케이블 양쪽 끝을 끌어올려 광섬유를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이어 붙이는 작업입니다.
5주 동안 통가 국민들은 인터넷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해외 가족과 연락이 끊겼고, 온라인 금융 거래가 불가능했고, 뉴스를 볼 수 없었습니다.
해저케이블 하나가 한 나라 전체를 디지털 세계에서 단절시킨 사건입니다.
구글과 메타가 직접 케이블을 까는 이유
과거에는 통신사가 해저케이블을 깔고, IT 기업은 통신사에 돈을 내고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구글, 메타(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해저케이블을 투자하고 건설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트래픽이 너무 많습니다. 유튜브, 구글 검색, 구글 클라우드의 트래픽은 통신사 케이블을 공유해서는 감당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자체 케이블을 깔면 대역폭을 독점할 수 있습니다.
둘째, 통신사에 의존하면 비용과 품질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자체 케이블이 있으면 경로, 속도, 비용을 직접 관리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 투자하거나 소유한 해저케이블만 해도 Curie, Dunant, Equiano, Grace Hopper, Firmina 등 여러 개입니다. 메타도 2Africa라는 아프리카 전체를 감싸는 해저케이블 프로젝트에 투자했습니다.
“클라우드“라는 이름과 달리, IT 공룡들은 바다 밑 물리적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이 빠른 이유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물리적 인프라 덕분입니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습니다. 아파트 밀집 구조 덕분에 건물 하나에 광섬유 하나만 끌어오면 수백 세대를 커버할 수 있습니다. 미국처럼 집집마다 수 킬로미터씩 케이블을 까는 것과는 효율이 다릅니다.
또한 2000년대 초반 정부가 적극적으로 광섬유 인프라에 투자했습니다.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은 소프트웨어만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물리적 케이블을 전국에 깔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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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가 해저케이블을 무는 이유: 상어는 먹이를 찾을 때 머리의 로렌치니 기관으로 전기장을 감지합니다. 해저케이블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자기장을 먹이로 오인하고 물어뜯는 것입니다. 구글은 태평양 해저케이블을 케블라(방탄복 소재) 로 보호합니다. 그 외에도 선박 앵커, 트롤 어선, 지진이 해저케이블의 주요 위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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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실리콘 방패”: 대만에 연결된 해저케이블은 약 14개.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TSMC가 대만에 있습니다. 대만의 해저케이블이 끊어지면 반도체 설계 데이터 전송이 불가능해지고, 전 세계 공급망이 흔들립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 자체가 외부 침략을 억제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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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해저 데이터센터: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는 855대의 서버가 든 컨테이너를 스코틀랜드 해저에 가라앉혔습니다(Project Natick). 해저의 차가운 물로 냉각하겠다는 실험이었습니다. 2년 뒤 끌어올렸을 때,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고장률이 8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인간이 접근하지 않으니 먼지, 부식, 충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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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바다를 건너지 않는다: 넷플릭스 영상을 볼 때, 데이터가 미국에서 해저케이블을 타고 오는 것은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ISP의 데이터센터 안에 전용 서버를 직접 설치합니다. 인기 있는 콘텐츠를 미리 복사해 놓으면, 사용자에게 가장 가까운 서버에서 바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CDN(Content Delivery Network) 이라고 합니다.
데이터가 케이블을 타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 서버가 수억 대 있고, 웹사이트가 수십억 개 있습니다. 우리의 치킨 검색 데이터는 이 중에서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인터넷에도 주소 체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소를 찾아주는 전화번호부가 있습니다.